조류독감 대유행으로 국내에서 44만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그 근원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북한지역에 대한 조류독감 방역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한만 방역을 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북한 공동방역체제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1일 질병관리본부가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에게 제출한 ‘인플루엔자 자문위원회회의 결과’ 문건에 따르면 민간 보건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인플루엔자 자문위원회는 지난 4월1일 회의에서 ‘북한에서 조류독감 발생시 접경지역의 텃새를 통한 국내 유입뿐 아니라 대유행의 발원지가 인접국가인 북한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으로부터의 조류독감 유입 방지대책을 논의했다.
자문위원인 고려대 의대 김우주 교수는 “남한도 타미플루 비축 부족 등 조류독감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못하지만 조류독감이 유행할 경우 진짜 문제는 북한이 될 것”이라며 “주민 영양 상태와 약품 비축을 비롯한 방역체제가 남한의 1960년대 정도로 낙후된 만큼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게 북한에서 조류독감이 확산될 경우 철새는 물론 비무장지대(DMZ)를 넘나드는 텃새를 통해 남한에 조류독감이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동물감염보다 전문가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인체감염 가능성.
최근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남북한 주민 접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사람과 사람간 감염이 발생하면 남한에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조류독감 발생사실이 외부에 노출되기를 꺼려 초기 대응단계의 국제협력도 힘들 것”이라며 “남북간 공동방역 등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남북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전염병 발생시의 비상연락망(핫라인)도 구축되지 않는 등 보건의료분야의 협력체계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북한에 조류독감의 인체감염 방지를 위한 방역 지원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평양의 한 양계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던 북한은 농림부로부터 방역물자 지원은 받아들이면서도 인력 지원은 한사코 반대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지난 3월29∼31일 통일부,식약청 등 정부부처 합동으로 북한 금강산관광지역에서 조류독감 관련 현지 점검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의원은 “북한에 조류독감 발생시 주민간 접촉 금지 등을 포함한 비상계획 수립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방역체제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